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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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 벵하민 라바투트 | 문학동네 이해할 시도조차 못 해봤던 양자역학에 대해 맛뵈기 수준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게 인류 지성사에 새 장을 열었다는 것. 철학에서 시작해 꽃을 피우고 한 때 영광을 독차지했던 과학이 결국 홀로 찬란할 수는 없다는 것. 공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을 편애하는 내게, 과학을 문학으로 소화시켜준 책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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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 한겨례출판 "트라우마라는 말의 가장 오래된 뿌리는 '뚫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트라우마에 의해 인간은 꿰뚫린다. 트라우마에 관한 한 우리는 주체가 아니라 대상에 불과하다." "위로는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슬픔에 빠져 있지만 말고 외출도 하고 사람도 만나라고 말하는 이들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말라.." 이 작가분 우울이 뭔지 아시는구나 싶어서 마음을 터놓고 읽을 수 있었던 책.

스톡옵션과 무상증자

 스톡옵션을 받는 쪽이나 부여하는 쪽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한데 대부분은 모르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본다. 많은 스타트업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배포하는 스톡옵션 계약서 양식을 사용한다. (이 양식은 주식매수선택권 매뉴얼이라는 자료 내에 포함되어있다.) 위 계약서 양식 대로라면 회사에서 무상증자를 하여도 스톡옵션 수량이 변하지 않는다. 상장을 앞둔 회사는 주식수량 조정을 위해 무상증자를 흔히 진행한다. 위 상황에서 100배의 무상증자를 한다면 내 스톡옵션의 지분이 1/100로 쪼그라들게 된다.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은 물론이고 회사도 원치 않는 내용인데, 정부의 양식 대로 계약을 했다면 이 말도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회사가 주식수량을 100배 행사하게 해주려해도 등기소에서 거부당한다.  스톡옵션과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분들은, 지금 당장 계약서를 확인해보시라. 무상증자(자본전입) 시에 스톡옵션이 행사가격만 조정되고, 수량 조정에 대한 얘기가 없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에서 배포하는 계약서 양식의 "제5조(행사가격과 부여할 주식 수의 조정) ①.1항"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은 [ 이 글 ]을 참고하시길.

회사에서의 관계

 몇 년 간 스타트업에서 경영진의 입장으로 HR을 담당하면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회사가 직원을 사람이 아닌 도구로 생각한다"였다.  나름의 진심을 다 하면 될거라 생각했는데, 거꾸로 팀원에게 실망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나는 이 분을 함께 갈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대해왔는데, 이 분은 회사를 밥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걸까?" 하고.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실망은 항상 있는거니까.. 내가 마음을 준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을 내주길 바라는 건 조심해야 하는 걸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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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곰출판 인문과학과 탐정물과 성장소설과 에세이까지 섞여있는 특이한 책. 핵심 질문은 "나 라는 사람은 중요한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이다. 서양의 고도화된 지식체계가 동양의 오랜 지혜 앞에 무릎을 꿇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물고기는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는 결론은, 돌고 돌아 장자의 손바닥 안 이랄까. 여튼 과학사의 이야기를 빌어 인생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게 해주었던 책이다.

미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날 싫어하는 일은 없다. 누가 날 싫어한다면 내 마음에도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가 싫다면 그 또한 날 싫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싫은 사람은 많은데 미움 받을 용기는 없는 것. 나의 큰 문제다. 미움은 미움을 낳아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통해 불어나기도 하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해도 내 마음 속에서 자라난다. 이렇게 미움은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임을 알면서도 버리긴 너무나도 어렵다. 괜찮던 사이가 틀어졌다면, 내 마음속의 미움을 덜어내야만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닭달걀 문제

어느 회사나 최고의 인재 영입을 원하지만 그러려면 회사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고의 회사가 되려면 최고의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 어느 스타트업이나 겪게 되는 딜레마인데, 그럼에도 이 딜레마를 깨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곳들이 있다. 회사 경영의 많은 문제가 '냉철한 이성'과 '무모함' 사이에서 절묘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줄타기를 해야 풀어낼 수 있는 것 같다. /22.06.19.

가면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고 그걸 벗어 던지면 짐승과 같아지기 때문에 그 한 꺼풀의 가면이 소중한 거라고, 어찌 보면 그 가면이 전부라고 하는 얘길 읽었다. 그걸 벗으라는 요구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면도 나 다. 뭐가 진짜 나 인지 너무 고민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자. 2021.04.11

창의성을 지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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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성을 지휘하라 | 에드 캣멀 | 와이즈베리 픽사(Pixar)를 스티브 잡스와 함께 설립하고 키워낸 에드 캣멀의 경영 이야기이다. 토이스토리가 얼마나 엄청난 애니메이션인지, 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예술가나 기술자 몇 명이 아니라 많은 다양한 역할의 팀을 정교하게 엮어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스타트업의 경영을 경험해보니 여지껏 배운 모든 걸 총동원해서 매일매일 다양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야하는 큰 과제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픽사의 경영 또한 내가 풀고있는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 끝이 없다는 것도 같고. 유사한 경영 이야기 책 중에 가장 쉽고 재미있어서, 스타트업 경영에 관심이 없는 분께도 추천하고 싶다.

애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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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 애드거 앨런 포 | 코너스톤   다 읽진 못하고 미스터리와 공포 편 위주로 읽었다.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등 워낙 유명한 작품 몇 개는 예전에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전집으로 모아서 보니 더 몰입이 되었던 듯. 개인적으로 SF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포의 소설은 워낙 뛰어나서 계속 읽게 되었다. 단 몇 페이지 넘기다보면 포가 창조해낸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워낙 그로테스크해서 읽고 난 후 기분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Rachmaninov - Symphonic D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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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Evgeny Svetlanov *연주: Stat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n Federation 언젠가부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거의 안 듣게 되고 교향곡 2번만 종종 들었는데, 손열음 씨의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를 통해 교향적 무곡(Symphonic Dances)을 알게 된 후 올해 가장 많이 들은 클래식 곡이 되었다. 책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곡을 처음 듣자마자 광활한 러시아 평원을 썰매가 종소리와 함께 달려가는 이미지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클래식에서 처음 접한 색소폰 소리도 인상적이었고. 전체적으로 짙게 깔린 슬픔이 위로가 된다.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2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을 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매우 좋다. 이건 아르헤리치-임동혁 연주를 추천.

스타트업 취업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네, 모든 스타트업은 언제라도(1년 안에) 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가 자신의 이익보다 회사를 더 먼저 생각하고, 내가 회사와 나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 (이지고잉을 원하시는 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회사는 실패해도 개인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1번을 파악하는 게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내부에 지인이 있다면 최고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면접 때 대표를 인터뷰 하세요. 1번에 해당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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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평화 | 톨스토이 | 문학동네 톨스토이가 이래서 극찬을 받는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 작품이었다. 유럽이라는 거대한 세계부터 개개인의 삶까지 그 동작 원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면 어릴 때부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자유의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는데, 선택 하나하나는 분명 나 스스로 결정한 것이지만, 그 선택을 둘러싼 상황을 얼마나 고려하고 어느 시점에 평가를 하는지에 따라, 내 책임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책의 상당한 분량은 픽션이 아닌 작가의 견해를 드라이하게 정리한 논문 같은 글이 차지하는데, 장대한 분량의 픽션이 없었다면 그 견해에 그렇게 공감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의 경영에 참여해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일 하나하나는 논픽션에 가깝지만, 회사는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소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참전을 하고 여자에 집착하고 정교회에서 파문당하고 결국 비렁뱅이 행색으로 객사한 그의 인생은 대체 어떠했을지 상상해본다.

주객전도

집을 사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데, 모든 것이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 자꾸 본질과 수단이 헛갈려진다. 다 살자고 하는 일이고, 안 되겠으면 그만 살면 되는 것 아닐까..

깨우침

두 달 후면 결혼한 지 만 10년. 나에겐 당연한데 그녀에겐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럴 땐 당연히 화가 난다. 하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그게 그녀에게 당연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를 생각해서 조심해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생각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 문제로 다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내가 그렇게 화를 냈었는데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고 폭발하지 말자. 화를 냈다고 그녀가 바뀔 거라고 기대한 내가 잘못인 거다. 뭔가 바뀌길 바란다면 화 말고 노력을 해야 한다. 내게 너무 당연한걸, 아무리 노력해도 손톱만큼 바뀔까 말까 라는 사실이 감당하기 힘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