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란 방향을 정하는 사람

 리더는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정하는 역할이다. 다른 걸 다 못 해도 이것 하나만 잘 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다.  무거운 짐이 있는데 이 짐을 어디로 옮겨야 돈을 벌 수 있는지 판단을 하는 사람이 리더다. 어떻게 옮길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방향만 정해지면 동수던 삼식이던 속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옮기긴 옮긴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옮긴다 한들 부산으로 가야할 짐을 인천으로 옮기면 돈을 한 푼도 벌 수 없다.  스타트업에선 목표설정과 성과측정을 KPI가 아닌 OKR로 많이 하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둘의 핵심적인 차이가 바로 방향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가 이다. KPI가 얼마나 짐을 잘 옮겼는 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OKR은 어디로 옮겨야 하는 지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팀의, 조직의, 회사의 방향을 잘 정하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그냥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못 정할 것 같은 때도 있지만, 피할 수도 없다. 리더라면 어떻게든 정하고 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책임도 져야 하고.

결혼

내게 너무나 잘 해줄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정말 잘 해주고 싶은 사람과 하라. 왠지 해야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꼭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하라.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가 내게 잘 해줄 때 보다 내가 그에게 잘 해줄 때, 더 커진다. 신기하게도.

Gabriel Fauré - Requ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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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 Philippe Herreweghe *연주: La Chapelle Royale 학생 때는 이 곡을 좋아하는 선배들을 이해하지 못 했었다. 너무 지루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십수년 이상이 흘러 얼마 전에 우연히 다시 듣게 되었는데, 마음이 참 평안해졌다. 레퀴엠 치고는 너무 어둡지도 않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힘이 느껴졌다. 세월이 지루함을 차분함으로 바꾸어 줬나 보다.

코맥 매카시 - 국경 3부작 (모두 다 예쁜 말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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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 3부작 | 코맥 매카시 | 민음사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미국 문학의 거장 중 한 사람인 코맥 매카시의 대표작이다. 세 작품은 매우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세 이야기 모두 처절하고 잔인하지만 아름답다. 차원 문을 열고 완전히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간 듯한 경험을 '백년의 고독' 이후 두 번째 할 수 있었다. 세 작품이 마음에 드셨다면 '핏빛 자오선'도 추천한다. 국경 3부작 보다도 더 잔인하고 황량해서 꽤 힘들게 읽었지만,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건 세상이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모두가 예쁜 말들] 텍사스에 살던 두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목적 없이 말에 올라 멕시코로 향한다. 굳이 도착한 멕시코에서 안 해도 될 고생을 죽도록 하고는 빈 손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무모함으로 가득 찬, 힘들기만 하고 남은 건 없는 그 시간이 일편 부럽기도 한 까닭은 무엇일까. [국경을 넘어] 고생고생해서 늑대를 잡더니, 늑대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멕시코로 향한다. 늑대를 잡는 장면의 묘사가 압권이었다. 읽고 있자면 사람보다 늑대가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원의 도시들] 앞선 두 편의 주인공이 함께 나온다. 다른 두 작품에 비해서는 전체적인 줄거리에 개연성이 있는 편. 오히려 그래서 특유의 매력이 덜 느껴졌던 아이러니. 한편 이 대화는 국경 3부작의 한 줄 요약 같이 느껴졌다. 존 그래디: "거기 사람들은 무조건 집에 숨겨 줘요. 내가 없다고 거짓말도 하고요. 하지만 무슨 짓을 했는지는 결코 묻지 않죠." 빌리: "나는 저기 세 번 갔었지. 하지만 한 번도 원하는 것을 찾아서 돌아오지 못했어."

인간 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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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20여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 정도의 충격은 없었습니다만,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난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닌데" 하는 위안은 여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성이 아무리 뛰어나 보이는 사람도 이 책의 주인공과 닮은 구석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MBTI의 I와 E 성향이 100:0으로 나오지는 않는 것 처럼요. 책에서 얘기하는 인간으로서의 실격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여러분은 몇 점이 나올 것 같으신가요? 대목대목에서 아래와 같은 공감을 느끼며, 저는 여전히 높은 점수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결혼식에 갔었습니다. 식권까지 받았지만 한 무리의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조용히 나와 혼자 라면을 사 먹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에겐 인간, 그리고 관계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더 어렵습니다.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 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끔찍한 동물의 본성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화를 내는 모습은 제게 극도의 스트레스입니다. 그 화가 절 향한 게 아니더라도요. 옆자리 동료가 업무 전화를 하는데 언성이 높아지기만 해도 마음이 움츠러들고 경계태세가 됩니다. 난 왜 이 모양일까, 보호막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검사의 그런 조용한 모멸과 맞닥뜨리느니 차라리 십 년 형을 구형받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할 때 조차 가끔 있을 정도입니다." 거짓을 들켰을 때의 이 마음, 너무도 공감이 갑니다. 며칠 씩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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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 다산책방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은 '맡겨진 소녀'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이 훨씬 더 좋았다. 짧지만 섬세하고 정성스러운 글이다. 거친 일을 하는 아저씨 주인공의 복잡한 마음을 너무도 세밀하게 잘 그려냈다. 추운 겨울, 다소 황량한 배경, 서로 보듬을 여유가 없는 사람들 속에 꺼질 듯 위태롭게 살아있는 불씨를 잘 포착해내었다.

잘못 걸려온 전화,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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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걸려온 전화, 어제 | 아고타 크리스토프 | 까치, 문학동네 대학생 때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이 너무 좋아서 비슷한 느낌의 작가를 찾으려 수소문했으나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를 읽으며 카버의 느낌이 들었다. 무뚝뚝하고 서늘한데 묘하게 위로가 되는 느낌. 대부분 이게 뭐가 비슷해? 할 것 같지만, 난 그랬다. 그러고 보니 서점에서 우연히 꺼내 들었다가 몇 페이지 만에 훅 빠져들어 사서 읽게 되었던 것도 비슷하네. 두 작가 모두 고난스런 젊은 시절을 보내며 겪은, 힘든 마음이 묻어나오는 느낌이 비슷한 걸까?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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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 벵하민 라바투트 | 문학동네 이해할 시도조차 못 해봤던 양자역학에 대해 맛뵈기 수준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게 인류 지성사에 새 장을 열었다는 것. 철학에서 시작해 꽃을 피우고 한 때 영광을 독차지했던 과학이 결국 홀로 찬란할 수는 없다는 것. 공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을 편애하는 내게, 과학을 문학으로 소화시켜준 책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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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 한겨례출판 "트라우마라는 말의 가장 오래된 뿌리는 '뚫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트라우마에 의해 인간은 꿰뚫린다. 트라우마에 관한 한 우리는 주체가 아니라 대상에 불과하다." "위로는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슬픔에 빠져 있지만 말고 외출도 하고 사람도 만나라고 말하는 이들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말라.." 이 작가분 우울이 뭔지 아시는구나 싶어서 마음을 터놓고 읽을 수 있었던 책.

스톡옵션과 무상증자

 스톡옵션을 받는 쪽이나 부여하는 쪽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한데 대부분은 모르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본다. 많은 스타트업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배포하는 스톡옵션 계약서 양식을 사용한다. (이 양식은 주식매수선택권 매뉴얼이라는 자료 내에 포함되어있다.) 위 계약서 양식 대로라면 회사에서 무상증자를 하여도 스톡옵션 수량이 변하지 않는다. 상장을 앞둔 회사는 주식수량 조정을 위해 무상증자를 흔히 진행한다. 위 상황에서 100배의 무상증자를 한다면 내 스톡옵션의 지분이 1/100로 쪼그라들게 된다.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은 물론이고 회사도 원치 않는 내용인데, 정부의 양식 대로 계약을 했다면 이 말도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회사가 주식수량을 100배 행사하게 해주려해도 등기소에서 거부당한다.  스톡옵션과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분들은, 지금 당장 계약서를 확인해보시라. 무상증자(자본전입) 시에 스톡옵션이 행사가격만 조정되고, 수량 조정에 대한 얘기가 없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에서 배포하는 계약서 양식의 "제5조(행사가격과 부여할 주식 수의 조정) ①.1항"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은 [ 이 글 ]을 참고하시길.

회사에서의 관계

 몇 년 간 스타트업에서 경영진의 입장으로 HR을 담당하면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회사가 직원을 사람이 아닌 도구로 생각한다"였다.  나름의 진심을 다 하면 될거라 생각했는데, 거꾸로 팀원에게 실망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나는 이 분을 함께 갈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대해왔는데, 이 분은 회사를 밥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걸까?" 하고.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실망은 항상 있는거니까.. 내가 마음을 준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을 내주길 바라는 건 조심해야 하는 걸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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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곰출판 인문과학과 탐정물과 성장소설과 에세이까지 섞여있는 특이한 책. 핵심 질문은 "나 라는 사람은 중요한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이다. 서양의 고도화된 지식체계가 동양의 오랜 지혜 앞에 무릎을 꿇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물고기는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는 결론은, 돌고 돌아 장자의 손바닥 안 이랄까. 여튼 과학사의 이야기를 빌어 인생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게 해주었던 책이다.

미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날 싫어하는 일은 없다. 누가 날 싫어한다면 내 마음에도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가 싫다면 그 또한 날 싫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싫은 사람은 많은데 미움 받을 용기는 없는 것. 나의 큰 문제다. 미움은 미움을 낳아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통해 불어나기도 하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해도 내 마음 속에서 자라난다. 이렇게 미움은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임을 알면서도 버리긴 너무나도 어렵다. 괜찮던 사이가 틀어졌다면, 내 마음속의 미움을 덜어내야만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닭달걀 문제

어느 회사나 최고의 인재 영입을 원하지만 그러려면 회사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고의 회사가 되려면 최고의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 어느 스타트업이나 겪게 되는 딜레마인데, 그럼에도 이 딜레마를 깨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곳들이 있다. 회사 경영의 많은 문제가 '냉철한 이성'과 '무모함' 사이에서 절묘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줄타기를 해야 풀어낼 수 있는 것 같다. /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