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냐 존재냐

소유냐 존재냐(삶이냐) | 에리히 프롬 | 동서문화사

*이 책의 영어 제목은 "To Have or to Be?"인데 국내에는 to be가 존재와 삶 두 가지로 번역되었다. 그냥 영어로 생각하는 편이 잘 와닿는 것 같다.


책의 초반부를 읽으며, 요즘 계속하던 고민의 답을 찾은 것만 같았다.

  • "소유로 만족을 얻을 순 없다. 존재에서 답을 찾아야겠다."
  • "많이 가지고 많이 이룰 수록 가진 것을 포기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지금의 회사에서 점점 더 힘들어졌던 게 바로 이 맥락 아닐까."


초반부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과 감상은 대략 이러하다.

  • 존재는 계속 뭔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살아가는 것은 소유가 아닌 존재의 형태와 성질을 가지고 있다.
  • 미술품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작품으로부터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음반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소유 관점의 학습이고, 수업을 통해 내가 변화되는 것이 존재 관점의 학습이다.
  •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대화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존재 관점의 독서이다.
  • 회사에서 도구처럼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뭔가를 이뤄나가려고 하는 것이 존재다. 돈을 벌기 위해 일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 되어야 한다.
  • 내가 이룬 것 보다 이뤄나간 과정이 더 소중하다.
  • 부와 명성, 나를 있어 보이게 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것들을 통해 어떤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어떤 과정을 만들어 갈 것 인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 이렇게 좋은 책이 널리 읽혔음에도, 핵심 사상이 불교를 통해 수 천 년 간 설파되어 왔음에도 소유 중심의 사고를 가진 사람이 절대 다수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책에서 얘기하는 새로운 사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
  • 나 역시 소유가 중요하고 자본이 중심이 되는 삶을 너무도 당연시해왔다. 이 책을 읽은 뒤로 내 중심을 소유에서 존재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지만, 그간의 관성을 바꾸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서 과연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소유라는 목발을 던져버려도 혼자 걸을 수 있다는 용기를 갖기가 너무 어렵다.

그럼에도,

  •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기에 세상이 정화되고, 세상의 균형이 이 만큼이라도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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