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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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시간은 흘러가면서 미래를 집어삼키는 현재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나타났다.
그녀는 그 속도를 두려워하거나(고통스러운 어떤 것을 기다릴 때)
아니면 그 느림에 분노했다(아름다운 어떤 것을 기다릴 때).
이제 시간은 그녀에게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그것은 과거에 사로잡혀, 무릎을 꿇고 패배한 현재이다.
그녀는 한 청년이 자신의 삶에서 떨어져 나가서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리는 것을 본다.
넋을 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멀어져 가는 삶의 편린을 쳐다보는 일뿐이었다.
--------------------------------------------- 밀란 쿤데라 '향수' 中 -----
1.
“흘러가면서 미래를 집어삼키는 현재”라는 표현이 참 와 닿는다. 넓고 넓은 바다에 파도처럼 혼자 우뚝 서 있는 현재는, 양쪽으로 무한히 뻗어있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서 초라해 보이기 그지없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현재밖에 없음에도, 현재에 충실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
그런데 현재란 대체 뭐지? 음악을 들어보라. 현재의 음들이, 차창 밖 풍경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사라져 가는 속에서 현재란 없다. 현재란 개념의 가벼움과 부질없음만이 느껴진다.
3.
시간이 간다. 시간이 지나가고 난 자리엔 갓 태어난 불확실성이 꿈틀거린다. 시간은 두렵지 않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두려울 뿐이다.
4.
우리는 마치 시간이 모든 물질적 존재의 상위에 군림하면서 세계를 움직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시간이 우리를 늙게 만들고, 때로는 마음을 치유해주기도 하고, 아무튼 시간이 가면서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여기지 않는가?
하지만 사실 시간은 생각만큼 힘이 세지도, 절대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그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도구에 불과하다. 시간은 항상 운동에 부대 한다. 변화가 없다면 시간도 없다.
5.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어제, 오늘, 내일을 생각하는 게 조금 더 공평한 걸까?
/05.09.02
그때까지 시간은 흘러가면서 미래를 집어삼키는 현재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나타났다.
그녀는 그 속도를 두려워하거나(고통스러운 어떤 것을 기다릴 때)
아니면 그 느림에 분노했다(아름다운 어떤 것을 기다릴 때).
이제 시간은 그녀에게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그것은 과거에 사로잡혀, 무릎을 꿇고 패배한 현재이다.
그녀는 한 청년이 자신의 삶에서 떨어져 나가서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리는 것을 본다.
넋을 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멀어져 가는 삶의 편린을 쳐다보는 일뿐이었다.
--------------------------------------------- 밀란 쿤데라 '향수' 中 -----
1.
“흘러가면서 미래를 집어삼키는 현재”라는 표현이 참 와 닿는다. 넓고 넓은 바다에 파도처럼 혼자 우뚝 서 있는 현재는, 양쪽으로 무한히 뻗어있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서 초라해 보이기 그지없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현재밖에 없음에도, 현재에 충실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
그런데 현재란 대체 뭐지? 음악을 들어보라. 현재의 음들이, 차창 밖 풍경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사라져 가는 속에서 현재란 없다. 현재란 개념의 가벼움과 부질없음만이 느껴진다.
3.
시간이 간다. 시간이 지나가고 난 자리엔 갓 태어난 불확실성이 꿈틀거린다. 시간은 두렵지 않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두려울 뿐이다.
4.
우리는 마치 시간이 모든 물질적 존재의 상위에 군림하면서 세계를 움직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시간이 우리를 늙게 만들고, 때로는 마음을 치유해주기도 하고, 아무튼 시간이 가면서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여기지 않는가?
하지만 사실 시간은 생각만큼 힘이 세지도, 절대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그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도구에 불과하다. 시간은 항상 운동에 부대 한다. 변화가 없다면 시간도 없다.
5.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어제, 오늘, 내일을 생각하는 게 조금 더 공평한 걸까?
/0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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